<목회칼럼>  ’나의 해방일지’를 씁시다  <시사한겨레 2022 929>


대한민국이 문화적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BTS’나  ‘블랙 핑크’ 등 으로 대표되는 ‘K-팝’등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지구촌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황동혁 감독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지난 2020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성을 위주로 평가하는 유럽의 여러 영화제에서 이전에 한국 작품이 수상한 적은 있었지만, 시장성과 흥행성을 중요시하여 영어권 작품 중심으로 시상을 했던 미국의 아카데미상이나 에미상에서 한국작품이 수상한다는 것은, 이전에는 꿈같은 이야기 였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점들을 세련된 블랙유머를 섞어가며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작품들을 보고 난 뒤에 마음에 남는 것은, 아픈 곳을 콕콕 찔린 느낌과 씁쓸함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한국의 현실은 세계 각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같은 주제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세계 공통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픈 곳을 찌르고, 숨긴 것을 들춰내는 내용의 드라마들입니다. 이런 드라마도 의미가 있지만, 아픈 곳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내용의 드라마도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그런 내용의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나의 해방일지’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인상깊게 본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주인공이 소속한 회사는 사원들에게 ‘행복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동호회 활동을 강요합니다. 회사조직에 적응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겨웠던 여주인공은, 일단 회사의 각종 동호회 가입 압박을 피하기 위해, 비슷한 처지의 직원 두명과 함께 ‘해방클럽’을 만듭니다.  그들은 ‘해방클럽’의 강령( 1.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2.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3. 정직하게 보겠다.)과 부칙( 1.조언하지 않는다.2. 위로하지 않는다.)을 세우고, 모여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줍니다. 그리고, 함께 나눈 대화와 자신의 생각들을 자신의 ‘해방일지’에 기록해 갑니다. 이렇게 솔직하고 사려깊은 소통을 통해 그들은 해방클럽안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여주인공의 퇴사로 중단되었던 해방클럽은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출간하고 싶어하는 동료의 초청으로 다시 모이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해방클럽 활동을 돌아보며 한 동료가 “겨우 내가 누군지 알듯하다”고 말하자, 여주인공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게 다가 아닐까요? 자기 자신을 아는 거.

직장내의 규율과 관계에 힘겨워하던 소수의 직원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해방일지’를 기록하며,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세우게 된다는 이 드라마의 내용은 오늘날 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를 사랑하사 자신의 피로 우리를 죄에서 해방하신 예수님이 머리되시는 교회공동체내에서,  관계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품어주고 있는지,  진정한 소통과 경청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진심이 담긴 위로와 격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하나님의 자녀로서 사랑의 섬김과 기쁨이 있는지, 참된 자유와 해방을 누리고 있는지를 자신의 ‘해방일지’에 적으며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 (5:13)